ESA가 21개국, 2만 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41세입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제 게임은 10대의 취미가 아니라, 40·50대에게도 일상 속 휴식과 자극의 공간이 되었다는 뜻이죠.
통계에서 게이머는 ‘활성 게이머(active gamer)’로 정의됐는데요. 이는 콘솔, PC/노트북, 태블릿, 모바일, 또는 VR 기기를 통해 주당 최소 1시간 이상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스스로를 ‘게이머’로 인식하는 사용자층과는 게임 이용시간이나 몰입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ESA에 따르면 실제로 중장년층 게이머의 상당수는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유지한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직장과 가정에서 오는 압박을 벗어나 짧은 시간이라도 자기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쉼터’가 됐다는 건데요.
하지만 게임 연령층이 높아진 것은 글로벌만의 흐름은 아닙니다. 한때 ‘초딩 게임’으로 알려졌던 넥슨 메이플스토리도 지난 9월 신창섭 디렉터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사용자층의 평균 연령은 29.4세라고 합니다. 이용자층의 약 절반 가량이 30대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죠.
게임은 남성들만 즐긴다?
→ 현실: 여성 51%, 남성 48%
또 재미있는 점은 ESA 조사에서 게이머의 51%가 여성, 48%가 남성으로 나타나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는 점입니다. 남성이 게이머 대다수를 차지하던 시절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사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게임은 ‘남성 문화’에서 탈피한지 오래됐습니다. 가벼운 캐주얼 게임은 물론이고, 모바일 RPG로 돌풍을 일으킨 ‘원신’과 같은 게임에서도 여성은 이미 단단한 유저층으로 자리잡았죠. 이는 때때로 여성 유저층과 남성 유저층과의 게임 운영 방향성에 대한 의견차이와 갈등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변화한 것은 모바일 영역 뿐만은 아닙니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PC방이 어둑어둑한 분위기에서 담배를 피는 남성들이 모여 게임을 즐기는 공간으로 기억되는 것과 달리, 현재의 PC방은 조금 더 ‘카페’와 같은 공간으로 바뀌었죠. 예전에는 혼자 PC방에 가서 게임을 즐기는 여성은 보기 드물었지만, 지금은 흔하게 보이는 풍경이 됐습니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8,000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게임을 할 때 느끼는 감정적 상승 효과는 TV나 독서보다 강하다”고 밝혔는데요.
팬데믹 시기에도 게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회적 연결의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게임은 고립된 사회 속에서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게 한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죠.
결국 게임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생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을 벗어난 휴식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게임을 ‘중독, 도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로 바라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