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이번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윈도우 PC용 AI 칩 ‘RTX Spark’를 공개했습니다. RTX Spark는 Arm 기반 CPU와 블랙웰 GPU, 최대 128GB 통합 메모리를 결합한 제품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를 개인용 AI 에이전트 시대를 겨냥한 윈도우 PC 플랫폼으로 소개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내세운 방향은 PC 안에서 AI 작업을 직접 처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생성형 AI 서비스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답을 받아오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사용자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은 명령을 입력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창구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RTX Spark 기반 PC는 이와 다릅니다. 문서 작성, 영상·이미지 제작, 코드 작성, AI 모델 실행 같은 작업을 PC 내부에서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PC가 단순한 접속 단말이 아니라, 개인용 AI 에이전트를 직접 구동하는 장치에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이번 발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Arm 기반 윈도우 PC라는 오래된 과제가 다시 전면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윈도우 PC 시장은 지금까지 인텔과 AMD의 x86 CPU가 사실상 표준이었습니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X 시리즈로 Arm 기반 윈도우 노트북 시장을 열었지만, 앱 호환성, 게임 지원, 전문 소프트웨어 최적화 문제는 확산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엔비디아의 참전은 의미가 큽니다. RTX Spark는 Arm CPU를 기반으로 하지만, 엔비디아의 CUDA, RTX, DLSS, TensorRT 등 기존 GPU 생태계를 함께 끌고 들어오거든요. AI 개발 도구, 크리에이터 앱, 게임 그래픽 기술에서 엔비디아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만큼, Arm 윈도우 PC가 이전과 달리 보다 강한 소프트웨어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해외 전문매체들도 이번 발표를 Windows on Arm 진영의 주요 전환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버지는 엔비디아가 올가을부터 인텔, AMD, 애플, 퀄컴처럼 PC의 중심 칩을 공급하는 기업이 된다고 짚었습니다.
주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새 AI PC 칩 발표 이후 Arm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14%가량 급등했습니다. 엔비디아 발표에서 Arm이 전면에 부각된 것은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은 RTX Spark가 Arm 설계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반면 인텔, AMD, 퀄컴 주가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퀄컴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퀄컴은 현재 윈도우 노트북용 Arm 칩 시장을 사실상 주도해 온 업체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MS와 손잡고 Arm 기반 윈도우 PC에 들어오면, 같은 Arm 진영 안에서도 고성능 AI PC와 크리에이터 PC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두 회사가 겨냥하는 방향도 다릅니다. 퀄컴이 배터리 효율과 모바일 기반 설계를 앞세웠다면, 엔비디아는 GPU 성능과 AI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전면에 세우는 구조입니다. 일반 노트북 시장에서는 퀄컴의 강점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고성능 AI 작업과 크리에이터용 PC에서는 엔비디아가 더 강한 메시지를 낼 수 있습니다.
PC 제조사들의 참여 폭도 넓습니다. 엔비디아와 MS 발표에 따르면 델, HP, 레노버, 에이수스, MSI 등 주요 PC 제조사가 RTX Spark 기반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S의 서피스 제품군에도 엔비디아 칩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Arm 윈도우 PC가 퀄컴 중심의 가벼운 노트북에 치중했다면, 엔비디아와 MS, 주요 PC 제조사가 함께 움직이면서 저변이 넓어진 거죠.
엔비디아의 진격은 국내 메모리 업계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고성능 AI 데스크톱 ‘DGX Station for Windows’에는 블랙웰 울트라 GPU와 그레이스 CPU가 탑재됩니다. GPU에는 HBM3E, CPU에는 LPDDR5X가 적용됩니다. 그동안 서버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쓰이던 HBM이 PC 영역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의 공급 기회도 중장기적으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HBM을 넣은 괴물 PC’가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엔비디아가 MS와 손잡고 Arm 기반 윈도우 PC를 고성능 AI 작업용 플랫폼으로 키우려 한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애플은 이미 M 시리즈 칩으로 Arm 기반 PC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윈도우 진영에서도 비슷한 전환이 가능하냐는 데 쏠립니다. 엔비디아가 GPU 생태계와 AI 개발 도구를 앞세워 Arm 윈도우 PC의 약점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