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빅테크 실적발표를 보면 모두가 AI를 외쳤음에도 꽤 선명하게 희비가 갈렸습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막대한 AI 투자액에도 클라우드가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AI 인프라’의 값어치를 증명했죠. 실적발표와 함께 연이어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뛰어올랐습니다.
반면 메타는 인원을 감축하고, AI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AI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뚜렷한 수익성을 내세울 수 있는 사업이 없었거든요.
우선 가장 눈에 띈 곳은 알파벳입니다. 특히 구글 클라우드는 기업들의 AI 지출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6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죠. 알파벳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2% 늘어난 1099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및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1분기 40% 증가했습니다.
기업들이 자체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결국 하드웨어 기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돈을 버는 쪽은 AI 서비스를 최종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기업이 아니라, 그 서비스를 돌릴 서버와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기업이었던 겁니다. AI 서비스는 많아질 수 있지만, 그 서비스를 돌릴 데이터센터는 아무나 갖출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 반도체, 냉각 설비, 막대한 자본. 시장이 지금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쪽은 바로 이 병목을 쥔 기업들이었습니다.
실제로 빅테크 1분기 실적 시즌에서 시장은 'AI로 얼마나 각광받느냐' 대신, 'AI로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를 따졌죠. 결론은 제법 명확하게 나왔습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AI 서비스를 지탱하는 하드웨어 기반을 갖춘 기업들의 성적표는 날아오른, 자체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습니다.
AI로 웃지 못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메타가 꼽힙니다. 메타는 한때 이슈가 됐던 초지능(ASI)연구소를 비롯해, 광고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자체 모델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타의 AI 투자는 아직 클라우드 매출처럼 외부 고객에게 바로 청구되는 구조가 아닌 상황입니다. 광고 효율 개선, 이용자 체류시간 증가, 신규 AI 서비스 수익화 같은 경로를 통해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죠.
실제로 메타는 올해 (AI를 비롯한) 자본투자를 기존 1150억~1350억달러에서 1250억~1450억달러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메타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외신들은 시장이 메타에 더 명확한 ‘투자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동안 AI 경쟁의 상징은 챗봇이었습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는지, 누가 더 자연스럽게 대화하는지, 누가 더 많은 이용자를 모았는지가 중요해 보였죠.
하지만 올해 빅테크들이 낸 성정표를 보면, 점점 더 물리적인 기반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AI를 구동할 수 있는 물리 인프라를 얼마나 갖추고 있으며, 그 인프라를 외부 고객에게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지를 경쟁력으로 봤습니다.
지금의 AI 경쟁은 ‘챗GPT’와 같은 서비스보다 기업용 인프라가 주인공이 되고 있는데요. 어쩌면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다른 AI 기업들에게 전기요금과 서버 임대료를 청구하는 기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