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는 지난 10월 월 90만 장 규모의 DRAM 웨이퍼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업무협약(LOI)를 체결했죠.
사실 이 90만 장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 오실 겁니다. 시장 리서치기관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300mm 팹의 2025년 한달 웨이퍼 투입량(WSPM)은 약 1,000만 장입니다. 이 가운데 DRAM은 약 22% 규모인 207만 장(2024년 기준)이며, 여기에 DDR5·LPDDR4/5 같은 범용 메모리뿐 아니라 HBM 등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도 포함됩니다. 2025년에는 DRAM 생산능력이 월 약 225만 장(WSPM)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OpenAI가 월 90만 장을 확보한다면 이는 전 세계 DRAM 생산량의 약 40%를 매달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90만 장이라는 웨이퍼 수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RAM 라인 가동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전체 시장에서 고급 HBM 생산을 우선순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DRAM 업체가 장기간 수익성이 높은 HBM 위주로 라인을 재배치할 경우, 범용 DDR5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이는 게이머용 메모리 가격 변동성 확대, DDR5 메모리 수급 지연, 중소 모듈업체의 생산 리드타임 증가 등 연쇄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는데, 실제로 메로리 물가는 피부로 와닿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DRAM 산업 구조가 HBM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5년 들어 주요 제조사는 생산 캐파를 HBM 쪽으로 이동시켰고, 세계 3위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은 소비자용 브랜드 ‘크루셜’ 철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특정 AI 기업의 수요가 이후 메모리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할 정도로 비대해지고 있으며, 이를 감당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의 조정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다는 거죠.
또한 OpenAI뿐 아니라 엔비디아, 구글, 메타 등 다른 AI 기업의 ‘메모리 조달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DRAM 시장은 향후 3년간 공급 불균형이 일상화되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GPU에 이어 메모리까지 가격이 널뛰면서, PC 커뮤니티 등지에선 ‘오픈AI를 불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종종 나옵니다. AI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