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대중화시킨 것은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개인화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라는 표현을 내세우며 메타 초지능연구소에 예산을 쏟아 붙고, 수천 억원 대의 보너스를 제시하며 오픈AI 등으로부터 인재를 끌어모았죠. 메타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초지능이라는 단어는 살아남아 AI 기업들에게 각광받는 중입니다.
여기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은 오픈AI는 샘 올트먼 CEO입니다. 11월 구글이 출시한 ‘제미나이 3’가 GPT-5.0을 넘어서는 벤치마크 성능을 기록하자, 올트먼 CEO는 사내 메모에서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연구팀이 초지능에 집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죠. 이는 ‘지금은 지고 있지만, 우리가 더 큰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합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초지능 로드맵을 내놓고 있지만, 그 로드맵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용어의 의미조차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됩니다. 마이크로스프트는 이번달 11일 ‘MAI 초지능팀’을 출범시키면서 “AGI 경쟁이 아니라, 인류주의 초지능(Humanist Superintelligence) 구축이 목표”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결국 ‘초지능’이란 단어가 기술적 개념이기보다는 기업·정책·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구호로 먼저 소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지능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추론 속도, 창의성, 다중 작업 처리 능력, 자가 개선 여부 가운데 무엇을 핵심으로 삼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 모호한 개념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확장 계획을 제시하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초지능 경쟁은 기술 경쟁이라기보다 컴퓨팅 경쟁, 자본 경쟁, 기술 이미지 경쟁으로 먼저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이 공개하는 ‘초지능 전략’은 모델 구조나 추론 체계보다는 GPU 수급, 데이터센터 확충, 차세대 반도체 설계 등 물리적 인프라에 집중돼 있죠. 초지능이라는 화려한 표현 뒤에 남아 있는 것은, “더 큰 모델을 더 많이 학습시킨다”는 스케일링 전략이 대부분입니다. 초지능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면, 초지능에 도달했다는 검증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로드맵이 아니라, 로드맵의 외형을 흉내 낸 선언들에 가깝습니다.
인간을 뛰어넘거나,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등장이 시기상조라는 메시지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메타의 AI 수석 연구원이자 뉴욕 대학교 쿠란트 수학연구소의 교수인 얀 르쿤은 대표적인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실리콘밸리를 다루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AGI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는 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이 아닌,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AGI조차 아직 달성되려면 10여년은 소요될 것이란 입장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초지능 시대가 가까웠다는 시그널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고, 이에 맞춰 기업들은 앞다퉈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전은 산업 전반에서 공유되는 개념적 기반이 아니라, 각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해석된 ‘초지능의 조각들’일 뿐입니다. 무엇이 초지능인지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지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기술적 불확실성을 감추고 ‘과열된 기대감’을 앞세우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지능이라는 단어를 향한 집단적 열광에 앞서, 초지능에 대한 기준과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초지능은 모델의 크기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인간을 능가한다는 기준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초지능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면 이에 대한 대답을 피할 수 없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