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 조립 비용은 꾸준히 상승해 왔습니다. GPU는 이전 세대 대비 30% 이상 가격이 오른 데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스템 가격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중간급 그래픽카드 기반으로 조립해도 150만 원 이상이 드는 구조가 고착화됐고, 데스크톱 PC는 점점 ‘매니아 소비’로 밀려나는 모습입니다. 반면 콘솔은 여전히 일정한 가격대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팀 머신이 노릴 수 있는 시장은 명확합니다. 고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라이트 게이머, 콘솔의 폐쇄성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용자, 합리적 가격으로 PC 게임 환경을 접하고 싶은 유저층입니다. 스팀 덱에서 입증된 경험—낮은 가격대, 안정적인 성능, SteamOS 기반 일관된 사용자 경험—은 밸브가 거실형 PC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거죠. '스팀 머신'은 스팀 덱의 약 3~6배 성능을 보일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고요.
'스팀 머신'에 밸브가 도전한 것은 처음이 아닌데요. 2015년 초기 스팀 머신 프로젝트는 지나치게 다양한 사양과 제조사 참여로 인해 정체성이 모호해졌고, 결국 사용자층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페이드 아웃'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PC 게이머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나 이번에는 밸브가 직접 설계와 운영을 주도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SteamOS는 휴대기기에서 충분히 안정성을 증명했으며, 게임 호환성은 스팀 덱을 통해 충분히 증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거치형 PC’라는 플랫폼이 다시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미니PC'에 가까운 폼팩터는 큰 장점입니다. 실제 PC는 한번 설치하면 움직이기가 불편하죠. 그 탓에 방 안에서 혼자 사용하던 PC를 가져와 거실에 연결한다는 발상은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100인치에 육박하는 고가·고성능의 디스플레이(TV)를 활용하기 위해서, '스팀 덱'과 같은 UMPC를 별도로 구매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동성 때문이거든요. 이 부분에서 '스팀 머신'은 거실에 놓고 사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스팀 머신이 실제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은 가격입니다. 밸브가 스팀 덱과 유사한 전략을 사용할 경우, 중간급 PC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콘솔 수준의 가격을 맞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400~600달러 선에서 제품이 등장한다면, 지금의 PC 게이밍 시장 구조를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팀 머신을 둘러싼 기대는 결국 “PC 게이밍의 보급형 표준이 다시 설정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PC 부품 가격 상승은 몇 년째 해소되지 않은 구조적 변화이고, 많은 사용자들이 이미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거나 콘솔로 이동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팀 머신은 다시 PC 생태계로 사용자를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물론 관건도 존재합니다. 일부 윈도우 기반 게임은 아직도 리눅스 환경에서 완전한 호환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밸브의 한국·아시아 시장 지원은 부족한 편입니다. 또한 스팀 머신의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발열·소음·업그레이드 가능성 등 실제 사용자 경험은 출시 후 평가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번 시도가 중저가 PC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콘솔의 단순함과 PC의 개방성을 동시에 갖춘 기기가 등장한다면, 선택지는 지금보다 분명히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밸브가 스팀 덱에 이어 또 한 번의 ‘가성비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