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몬스터를 수렵하고, 그 뼈와 가죽으로 무장한 뒤, 다시 몬스터를 잡는 게임'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좋은 장비 아이템을 얻고 싶다면, 몬스터를 수렵하고 부산물을 채집해야 합니다. 고위험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싶다면? 좋은 장비 아이템으로 적절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갖춰야 하겠죠. 이러한 구조는 물리고 물려 플레이어에게 끊임없는 동기 부여의 순환 구조를 일으킵니다.
'높은 등급의 장비'는 플레이어가 추구하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위험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고위험 몬스터'는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얻기 위해 거쳐가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동경하는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동기와 과정, 그리고 보상이 물고 물리도록 설계된 거죠.
물론 이렇게만 설명하면 흔한 RPG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던전을 돌아 장비를 얻고, 그 장비를 토대로 상위 던전을 도는' 게 일반적인 RPG의 방정식이니까요.
하지만 몬스터 헌터는 다른 RPG와 눈에 띄게 차별화된 몇 가지 특징을 가지면서도 보편적인 RPG의 재미를 주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몬스터헌터 시리즈에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경험치(Pxperience Point)'를 얻고, 그 경험치를 통해 레벨(Level)을 올려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RPG의 보편적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데요.
본래 RPG(역할수행게임)에서 '경험치'와 '레벨'은 사용자의 분신인 캐릭터가 역경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자신의 '역할'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구현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입니다.
이를테면 게임 서사 속에서,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많은 경험을 쌓아 노련해진 전사는 자신의 역할에 더욱 유능해질 겁니다. 게임은 '노련해진 전사'를 사용자에게 보여줘야 하고요.
이때 '노련해진 전사'가 겪은 경험과 성장을 수치로 환원해 표현해주는 것이 바로 '경험치'와 '레벨'입니다. 수치로 표현된 '경험'와, 경험이 무르익어 '다음 단계'로 나아갔음을 알려주는 '레벨'은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성취감을 가져다 줍니다. 이 '성취감'은 현대 RPG의 본질입니다.
한편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근본적인 차별점은 이러한 RPG의 핵심적인 요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본질적인 재미, 즉 '성취감'을 사용자들에게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인 '경험치와 레벨' 대신 '장비'를 활용해서요.
몬스터헌터는 성취감을 주는 방식으로 경험치와 레벨 대신, '장비'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 탓에 사용자가 쉽게 '성취감'을 누리기는 어려운데요. 장비 외에는 캐릭터의 능력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 작업이나 현금성 재화로 성장시킨 캐릭터가 쉽사리 몬스터를 수렵하는 상황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위험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고위험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행동방식(패턴)과 약점, 유효한 공략 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죠.
그런데 가만보면, 사용자가 '게임 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현실의 역량이, 게임 서사 내에서 '몬스터 사냥꾼'이 갖춰야 하는 역량과 흡사하지 않나요?
'몬헌'의 서사는 주인공이 보다 훌륭한 사냥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게임 서사 속의 주인공은 숙련된 사냥꾼이 되기 위해 뛰어난 사냥 기술과, 몬스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현실의 사용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캐릭터 조작 실력(사냥기술)과 함께, 몬스터의 행동방식(패턴)·약점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죠.
즉 몬헌에서 게임 내 캐릭터의 '역할수행' 능력은 사용자 본인의 '역할수행' 능력에 크게 좌우됩니다. 게임 내 캐릭터의 사냥기술은 현실 사용자의 실력·지식에 큰 영향을 받고, 사용자가 성장을 이루면 캐릭터 또한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합니다.
더 좋은 장비를 획득하고, 더 위험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사용자는 서서히 숙련된 게이머가 됩니다. 같은 시간 동안 모니터 속 캐릭터는 더 위험한 몬스터의 뼈와 가죽으로 무장한 사냥꾼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용자는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느낌, '숙련된 사냥꾼'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게임 서사 속의 캐릭터와, 현실의 사용자가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몬헌의 게임적 특징은 이런 '사냥꾼'으로서의 경험을 극대화합니다. 방대하게 구현된 생태계와 몬스터 간의 상호작용은 사용자가 '사냥꾼'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마법'과 같은 판타지 요소는 채용하지 않고, 몬스터의 모습을 현실에 있을 법한 것으로 묘사합니다. 힘겨운 수렵 중간에 도중 등장하는 '요리'는 먹음직스럽고 디테일합니다. 이런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캐릭터와 함께 성장을 일궈내는 사용자는 마친내 한 명의 '사냥꾼'이 됩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여타 RPG에 비해 꽤 험난하고, 난이도도 제법 높습니다. 하지만 '성취감'이라는 건 역경을 극복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던가요.
만약 흔한 '리니지라이크' RPG에 질렸거나, '명작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여러분도 한 명의 '사냥꾼'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