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은 웨이퍼 위에 만든 칩 가운데 정상 제품으로 판정된 칩의 비율입니다. 웨이퍼에 칩 100개를 만들었는데 90개가 정상이라면 수율은 90%가 되는 식이죠. 삼성전자도 수율을 ‘설계된 최대 칩 수 대비 실제 생산된 정상 칩 수의 비율’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빠져 있습니다. 어떤 공정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었는지, 생산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는지, 어디까지 검사한 결과인지가 같아야 수율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생산해 온 공정은 장비와 제조 조건이 안정돼 수율이 높습니다. 반대로 막 양산을 시작한 최신 공정은 예상하지 못한 불량을 하나씩 잡아가는 단계이므로 수율이 낮게 출발할 수 있습니다. 구형 공정의 수율 90%와 최신 공정의 수율 70%가 동시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죠.
‘정상 제품’의 기준도 다를 수 있습니다. 전원이 들어오고 기본 기능이 작동하는 칩과 목표 속도·전력 기준까지 만족한 칩은 같은 제품이 아닙니다. 웨이퍼 검사 수율인지, 패키징과 최종 검사를 통과한 제품 수율인지에 따라서도 숫자는 달라집니다.
수율이 낮아도 정상 칩은 많을 수 있어
공정 경쟁력을 보려면 수율과 함께 웨이퍼 한 장에 몇 개의 칩을 만들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가령 기존 공정에서는 웨이퍼 한 장에 칩 100개를 만들고, 이 가운데 90개가 정상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수율은 90%입니다. 최신 공정에서는 회로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 칩 160개를 넣었지만 수율이 70%에 그쳤다고 해보죠. 수율만 보면 기존 공정이 우수하지만, 실제 정상 칩은 각각 90개와 112개로 최신 공정이 더 많습니다.
실제 계산은 이보다 복잡합니다. 최신 공정은 장비 가격이 비싸고 제조 단계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결국 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정상 작동하는 칩의 개수입니다. D램이라면 웨이퍼 한 장에서 얼마나 많은 정상 메모리 비트를 생산했는지가 더욱 중요하죠.
공정 격차가 반드시 제품 성능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용량과 속도 규격을 충족한 DDR5라면,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CXMT가 비교적 오래된 공정으로 만든 DDR5도 정해진 속도와 안정성 기준을 만족한다면 삼성전자 제품과 같은 용도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최신 공정을 개발하는 걸까요?
최신 공정으로 더 빠른 D램 한 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웨이퍼에서 더 많은 D램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로를 미세하게 만들면 같은 용량의 D램 다이 면적이 작아집니다. 다이가 작아진 만큼 웨이퍼 한 장에 넣을 수 있는 칩 수는 늘어나고, 같은 웨이퍼 투입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메모리 용량도 커집니다.
최신 공정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소비자에게는 같은 DDR5로 보여도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칩 한 개, 더 정확히는 메모리 1비트를 만드는 비용이 달라지는 겁니다. 전력효율이나 고용량 제품 개발에서도 최신 공정이 유리하지만, 범용 DDR5 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결국 ‘비트당 원가’입니다.
높은 D램 가격, 원가 열세를 견딜 수 있게 해
이 차이는 D램 가격이 낮아졌을 때 특히 크게 나타납니다. 제조원가가 낮은 업체는 판매가격을 내려도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원가가 높은 업체는 손익분기점에 먼저 도달합니다. 공급이 넘치는 불황기에 반도체 업체들이 최신 공정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죠.
그런데 지금처럼 D램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높은 시장에서는 계산이 좀 다른데요.
가령 삼성전자가 D램 하나를 1달러에 만들고 CXMT는 1.5달러에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판매가격이 2달러라면 삼성전자는 1달러, CXMT는 0.5달러를 남깁니다. 이때 CXMT의 이익은 삼성전자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판매가격이 5달러로 오르면 각각 4달러와 3.5달러를 남깁니다. 두 업체의 원가 차이는 여전히 0.5달러로 같지만, CXMT도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원가 격차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높은 판매가격 덕분에 사업을 계속하고 생산량을 늘릴 여유가 생긴 것이죠.
이런 시장에서는 CXMT가 최신 공정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범용 DDR5를 공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제품이 고객사의 성능·안정성 기준을 충족하고 가격도 시장이 받아들일 수준이라면, 삼성전자보다 비싸게 만들어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을 계속하면서 수율을 높이고, 다음 공정을 개발할 자금과 경험도 쌓을 수 있고요.
다만 CXMT의 약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같은 웨이퍼 투입량에서 생산할 수 있는 메모리가 적기 때문에 공급량 확대에는 더 많은 공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D램 가격이 다시 내려가면 높은 비트당 원가도 곧바로 수익성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범용 D램 시장에서 최신 공정은 현재 제품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라기보다는, 같은 제품을 더 싸고 많이 만드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가격이 높을 때는 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가격이 낮아지면 큰 격차로 와닿게 되겠죠.
CXMT와 삼성·하이닉스의 공정 격차는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의 비싼 메모리가 그 격차를 희미하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