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판매량을 추적하는 테크에피파니(TechEpiphany)의 미국 아마존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10월) 한 달 동안 AMD CPU는 약 2만8200개, 인텔 CPU는 약 6500개 판매됐습니다. AMD의 판매량 비중은 81.3%였습니다.
그 중 AMD 제품을 플랫폼(소켓 규격)별로 나누면 AM5용이 약 1만5100개, AM4용이 약 1만3100개입니다. AM4는 10년 전 규격이고, AM5는 현행 최신 규격이죠. 쉽게 설명하면 AM5용 CPU는 AM4용 메인보드와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장착할 수 없다, 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AM4용 제품만으로 인텔 전체 CPU 판매량의 두 배를 웃돌았다는 겁니다. AM5와의 격차도 약 2000개에 그쳤습니다.
사실 메모리 가격이 치솟은 요즘, ‘기존 부품을 계속 쓸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죠.
AM4는 AMD가 2016년 선보인 CPU 소켓입니다. 이후 라이젠 5000 시리즈까지 여러 세대의 제품이 이 규격으로 나왔습니다. CPU 세대가 바뀔 때마다 소켓이 바꾸는 인텔과는 다르게, 기존 이용자들은 메인보드와 기타 부품은 그대로 두고 CPU만 업그레이드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CPU를 바꿔야 할 때마다 메인보드를 바꾼다면 지출이 늘어나죠. 특히 DDR5 메모리가 도입된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기존의 메인보드를 교체하면서 DDR4 메모리를 DDR5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도 생깁니다. CPU 가격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PC 시장에선 CPU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이때 소비자가 따지는 건 자신이 쓰는 프로그램이나 게임에서 얼마나 나아지는가일 겁니다. CPU만 교체해 부족한 성능을 채울 수 있다면, 사용하던 AM4용 메인보드를 그대로 쓴 채 CPU만 업그레이드하고, 메인보드·메모리 등 비용을 아낄 수 있죠. 남은 예산을 그래픽카드 같은 다른 부품에 쓸 수도 있고요.
AM4의 판매량에는 이런 기존 이용자들의 교체 수요와 라이젠 5000 시리즈의 가격 경쟁력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같은 소켓을 사용하면서 쌓인 이용자층이 여전히 옛날 규격의 CPU를 구매하고 있는 거죠.
독일 하드웨어 전문매체 3DCenter의 2026년 10월 조사에 따르면 독일 소매시장의 데스크톱용 DDR5 가격은 2025년 7월 대비 평균 5.6배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DDR5-5600 16GB는 39유로(약 5만 9000원)에서 236유로(35만 4000원)로 뛰었습니다. 같은 규격의 32GB 제품도 77유로(11만 6000원)에서 388유로(58만 2000원)로 상승했습니다. CPU를 바꾸면서 메모리도 새로 마련해야 하는 소비자라면 견적을 다시 생각해볼 만한 가격이죠.
DDR4도 많이 올랐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DDR4-3200 32GB 가격은 239유로였습니다. DDR5-5600 32GB보다 149유로 낮지만, 구형 메모리 역시 구매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미 DDR4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 지출을 피할 수 있습니다. AM4에서 호환되는 CPU로 교체하면 메모리는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DDR4 가격마저 오른 상황에서는 쓰던 메모리를 계속 활용하는 쪽의 이점이 더 커지는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AM4 PC를 쓰고 있는 사용자들이, AM5로 넘어가는 대신 해당 플랫폼에 머물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DDR5 가격이 부담스러운 만큼, 쓰던 DDR4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게 장점으로 다가오는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