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고 불리는 기법이 있습니다. 앱의 코드를 그대로 베껴오는 게 아니라, 앱의 기능을 관찰하고 이걸 독립적인 코드로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포토크래프트 제작진 또한 어도비의 코드를 직접적으로 가져온 게 아니라, 공개된 앱의 작동 방식을 바탕으로 기능을 새로 구현한 것입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AI 리버스 엔지니어링 툴입니다. ‘REA(Reverse Engineer Anything)’라는 도구인데, AI 코딩 에이전트에 기존에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사용하던 도구를 연결해, 실행 파일과 앱 구조를 파악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비슷한 기능을 구현하죠.
REA에게 사용자는 ‘이 앱의 검색 기능을 분석하고, 내 프로그램에도 비슷하게 만들어 줘’라고 요청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 AI가 분석 도구로 앱 내부를 조사하고, 관련 코드를 추적한 뒤, 알아낸 작동 방식을 바탕으로 새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까지 진행합니다.
사람이 직접 분석 도구를 다루며 단서를 찾아야 해 몇 개월, 혹은 수 년까지 소요됐던 작업을 수 시간까지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앱 전체를 한 번에 복제해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앱에서 필요한 기능을 골라 재구현하는 문턱은 대폭 낮아진 겁니다.
게다가 대체 앱이 원본의 모든 기능을 따라잡아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사진을 자르고 색을 조정한 뒤 글자를 넣는 작업만 한다면, 그 작업을 충분히 잘하는 프로그램만 있어도 기존 프로그램을 대체할 가능성이 생기죠.
일부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묶어 내놓는 AI 기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늘어나면, 방대한 기능만으로 소프트웨어에 높은 가격을 받는 게 점점 어려워 질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지금 곧장 포토샵 구독을 끊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업무용 프로그램에서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건 신뢰성이죠. 이미지를 딱 한 번 그럴듯하게 뽑아내는 것과, 고객에게 받은 복잡한 파일을 매번 문제없이 수정하는 건 다른 일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작업물’이 중요한 사용자라면, 무료라는 이유만로 손에 익은 도구를 당장 놓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 무료 앱이 처음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사용하는 운영체제(OS)가 업데이트되거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싼 가전을 구매할 때 브랜드의 AS가 얼마나 지원되는지 따져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직접 AI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유지보수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흔히 ‘바이브 코딩’으로 불리는 AI 코딩의 대표적인 문제점이 유지보수의 어려움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최초 앱을 만들 때에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데에는 AI가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람이 직접 짠 코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더 어려움이 클 때도 있죠.
다만 사용하는 모든 앱에서 전문가 수준의 사후지원과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건 아니죠. 중요한 작업에서는 안정성이 확인된 유료 앱을 사용하고, 간단한 부분에는 AI로 만든 대체 도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발전하면 기존 유료 앱에 근접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러므로 ‘AI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상용 소프트웨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상황만으로 어도비의 고객 이탈이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종말을 점칠 수는 없지만,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무료 앱이 늘어난다면, 유료 제품은 계속 비용을 지불할 이유를 사용자들에게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